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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록

나의 공황장애 극복일기 -#8 :: 중증 우울증, 공황장애 사람의 수면제 끊은 이야기

by 윤썰탕 2025.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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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이 카테고리의 글을 적어본다.

드디어
세달전 부작용에 너무 지쳤던 공황장애약을 끊었고,
한달전부터는 수면제를 끊었다.

나는 중증 우울증, 공황장애, 불면증과 4년여정도 함께하고있다.
이렇게 텍스트로보니 정말 어떻게 시간을 지나왔는지 감회가 새롭다.

내가 처음 정신병이란 것을 알았을 때부터 병이 점점 심해질무렵까지는
더 밝은척을하려 애쓰다가, 무너지고,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날들의 반복이었던 것 같다.

나아지고싶었기에
그래서 아픈 나를 인정했다.
그리고 정말 교수님 말을 성실히 따랐던 것 같다.
(밥챙겨먹기, 약 챙겨먹기, 햇볕받기 같은 사소하고 중요한 것들)

그날의 우울함을 부정하지않고 그대로 받아들였고,
어떤 때에 우울함이 오는지 고민했다.
내 원인은 크게 회사 스트레스와 혼자 보내는 시간의 외로움이었는데
회사는 결국 그만두었고,
내 나름의 외로움을 채우는 방법을 만들었다.
(산책, 좋아하는 책읽기, 카페 가기 등)

공황발작이 오는 시간엔 교수님이 알려준대로
시간이 흐르면 나아질 것이란걸 믿고 견뎠다.

내 예상시간보다 발작과 환청이 오래가면
가족들에게 전화해서 내 상황을 솔직히 이야기했고
그들의 목소리에 힘내어 시간이 더 흐르길 기다릴 수 있었다.

공황발작은 시계의 초침이 지나가면 정말로 나아진다.
평생 발작에 갇히지 않으며 그것 때문에 죽지않는다는걸 얼마나 되뇌였는지 모른다.

그렇게 극심한 공황발작과 우울증들이 하나씩 천천히 나아지면서
교수님이 이제 수면제 먹지않고 자는 연습을 해보자고하셨다. (이날 남편이랑 파티 신나게했다)

처음에 잠들기가 어려워 봉인해둔 수면제를 들었다놨다 하지만
잠에들면 좋은 꿈도 꾸고 푹 잘 수 있다.
수면제를 먹고 잠에드는 일은
그냥 망치로 머리 맞는거였구나 느끼고있다.

좋아졌고 약은 끊었지만,
나는 아직 사회로 돌아갈만큼의 상태는 아님을 안다.

아직도 2명 이상이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거나 긴장하면
목소리가 떨리고 공황증세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종종 내가 어떤말을하는지 말을 하다가도 잊거나,
책이나 전단지의 글자가 뒤엉켜 문맹이 되어버린다.

이럴땐 쑥스럽지만 공황장애라고 고백하거나
남편한테 글자 읽어달라고 물어본다...ㅎㅎㅎ

속상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세상에 발을 딛고 서있고싶어서
요즘은 주 2회 아르바이트를 하고있다.
주 7일중 단 이틀인 아르바이트에서도 후유증처럼 함께하고있는 여러 증상들로인해 가끔씩 일시정지가 되긴 하지만 괜찮다고 되뇌이며 최선을 다하고있다.

아침, 점심, 저녁, 자기전, 비상약... 약만 먹어도 배부르던 날이었는데
점점 약을 끊고 이제 남은 약은 안정제 몇알뿐이게 되니
괜스레 완치를 꿈꾸게된다.
흔히들 정신과약은 평생먹는거라고들하지만
그래도 교수님한테 '우리 다신 보지마요'라는 말을 듣고싶다.

정신병이 내 몸에 남긴 흔적은 아직도 많다.
간종양, 자궁종양, 유방종양, 골반의 피 등등
아마 계속 대학병원으로 출근도장을 찍겠지만,
그래도 큰 원인이었던 정신과를 졸업하면
또 다른 것들 하나씩 점점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여전히 과도한 책임감과 무기력감을 동시에 느끼는 내 스스로가 미울때도있다.
그럴때마다 응원해 주는 남편을 떠올린다.
'너 아니여도 돼.' ㅋㅋㅋㅋㅋㅋㅋ
텍스트만 보면 서운하지만 나에겐 너무 소중한 말이다.
내가 아니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
작게는 내 가정까지도 내가 아니어도 괜찮다. 살아진다.
과도하게 책임지려다가 지쳐서 내 인생까지 다 놓아버리지 않을 것이다.

내 사랑하는 남편과 가족, 친구들을 위해서
아니 솔직하게 나를 위해서



마음이 아프다면,
아프게하는 것들을 내려놓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이란걸 깨달았다.
그건 포기가 아니라 내 자신을 선택함이었음을 요즘 느낀다.
당연히 약물치료도 놓지않아야 내안에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다는 것 또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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