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완치된 내가 이걸보고 웃게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또 어쩌면 누가 볼진 모르겠지만,
공황장애를 처음 만나 힘들어하고있을 누군가에게
정말 심했던 내 증상이 조금씩 나아지는 이 일기가
힘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써내려가볼까 한다.
처음 공황장애, 우울증 진단을 받은건 1월중순쯤,
공황장애와 우울증 진단을 받기전 내가 느낀 증상은 정말 다양했다
1. 불면증
2. 손떨림, 손가락 통증
3. 헛구역질
4. 어지러움증
5. 호흡곤란
6. 체한느낌
7. 극단적인 수많은 생각들
8. 인지의 어려움
지금 이렇게 적어내려가다보니 누가봐도 정상이 아니었는데
나는 그저 스트레스겠거니 하며 비타민만 더 챙겨 먹었던 것 같다.
우연히 간 가정의학과에서 아무래도 공황장애같다며,
정신과 검진을 권해줬었고 따듯한 말들로 나를 위로해주셔서
링거도 들어가지 않을정도로 약해진 내 팔뚝을 붙잡고 엉엉 울었었다
회사때문에 공황장애, 우울증?
연예인이나, 유명한 사람들이 걸리는 병인줄 알았다
그리고 마음의 병인데 몸이 이렇게 아플줄은 몰랐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익숙하지만 낯선병에 걸려서
마음도 몸도 이미 너무 약해진 상태였다
#1월 (증상 : 호흡곤란, 명치통증, 어지러움, 울렁거림, 허공을걷는 느낌, 불면증)
증상이 조금 심했던 터라
정신과 담당선생님은 퇴사나 휴가를 권했다.
사실 퇴사를 더 권했지만, 회사원이 퇴사를 하는건 쉽지 않지 :-)
회사에 얘기했고, 휴가를 얻기로했었다.
하지만 언제 쉴 수 있을꺼란 보장은 없었다
가끔 몸이 덜덜 떨리며 발작이 왔고,
글을 읽어도 이해가되지않거나 허공을 맴도는 느낌
밥은 거의 먹지 못하기 시작했었고
누워있으면 벽이 한쪽으로 쏠려 나도 곧 쏟아질것같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약을 먹으며 나름 견딜만했던 것 같다
#2월(증상 : +손떨림, 목소리떨림)
어떤 정신으로 회사를 다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손떨림과 목소리 떨림이 시작되었고
극단적인 생각들이 나를 괴롭히는 날이 잦아졌다
밥먹을 때 손을 떠니까 다 흘리며 먹어서
남편이 엄청 놀랐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웃으며 얘기하지만
그땐 나한테 또 다른 병이 찾아온건 아닐까 늘 두려웠다
2월 어느날부터는 아침엔 아무일도 할 수 없기 시작해서
울며 병원에 전화도 하다가
하루에 두번 먹던 약을 세번으로 바꾸어 먹기 시작했고,
부원장님에서 대표 원장님으로 내 담당선생님이 바뀌었다
#3월(증상 : +몸의 움츠러듬, 온몸의 떨림)
몸이 움츠러들어서 양치질을 마음대로 할 수 없을 만큼 손이 불편해졌다.
두려움과 자괴감이 커져가던 날이 계속 되었다
어느날 발작이 심하던날 온몸이 덜덜거리며 숨을 쉴 수 없던 날,
그때 여기서 이걸 끝낼 수 있는건 죽음뿐이라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고 지금 생각하면 제일 아찔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스스로 소리내며 괜찮아 괜찮아 지나가는거야 라며
울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던 것 같다.
손과 목소리는 더 심하게 하루 종일 떨렸고
매일같이 악몽과 가위에 시달리다가
더이상 회사생활은 하지 못할 것 같다는 판단에
상의 후 2달 휴가를 얻어 쉬기로했다
#4월(증상 : +온몸의 굳는 느낌, 걷기 힘듦)
휴가를 받고 병원에서 권해준 산책을 시작했다.
증세가 더 심해져서 온몸이 움츠러 들다 못해 굳기 시작해
다리를 질질 끌며 걷고 팔은 몸통에 붙어 떨어지지않았다
같이 걷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보다 느린 나를 보며 너무 속상했고 화가났다
증상이 너무 괴로워 대표원장님께 호소했는데,
선생님은 약을 너무 늘려버리면 부작용이나
끊기 힘들어질 것 같아 고민하시다가 결국
약을 더 늘려 먹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는 이겨낼거란 마음으로 매일 아침 일어나
다리를 질질끌며 매일 3km씩 걸었고 점점 늘려갔다
억지로 팔을 휘둘러보며 자세를 고쳐갔다
약을 늘려서 좋아진 탓인지, 운동덕분인지 잘 모르겠지만
팔동작 다리동작이 정말 조금씩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매일 걸으며 바깥 풍경을 보니
마음이 환기되고, 회사를 쉬니 점점 더 좋아졌던 것 같다
#5월-6월(증상 : 많이 호전됨, 악몽, 가위, 무기력증)
5월, 6월은 정말 많이 좋아졌었다.
감정기복도 없었고 부지런히 운동하며
밥도 더 열심히, 약도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5월 6월은 딱히 발작이라고할만한 증상은
크게 없이 잘 지나갔고, 몸이 움츠러드는 현상도 거의 없어졌다
그런데 회사 복귀를 앞둔 6월 무기력증이 심해졌었다
복귀를 앞두고 2주동안은 먹지도않고
운동도 가지않고 잠만 내내 잤다
아마 또다시 아플까봐 너무 무서워서 도피하고싶었던 것 같다
원장님은 너무 걱정말고 그때 대처하면 되니 기운을 내라고 해주셨었다
물론 그게 내맘대로 되진 않았지만 :-)
#7월(증상 : 악몽, 가위, 약한 무기력증)
회사를 복귀하고선 오히려 괜찮았다.
더 부지런히 운동하고, 약도 잘 챙겨먹고
가끔 엘레베이터나 내가 생각치 못한 순간에
심장이 쿵쿵 거릴때가 찾아오지만
휴가를 가지기전을 생각하면 아주 용됐다 :-)
여전히 운동도 계속 꾸준히하고 약도 꾸준히 먹고있다
원장님은 나더러 모범생이라고했었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더 금방 나을 수 있을거라고-! 믿습미다!
사실 처음 공황장애와 우울증 진단을 받았던 추운 겨울엔
내가 이 더운 여름날까지 아플줄은 몰랐다
완치라는게 잘 없다는게 아직도 조금은 두렵지만,
조금씩 서서히 나아지는 내 모습을 보며
완치도 꿈꾸는 중이다!
이 일기의 제목이 공황장애 완치가 되는날까지,
운동도열심히하고, 병원도 약도 꾸준히!
또 내마음도 열심히 돌볼거다
만약 지금 공황장애나 우울증을 가진 누군가가 글을 읽고있다면,
누워있지 말고 나가서 10분이라도 걷고 샤워 시원하게하고
따듯한 밥 꼭 챙겨 먹으라고 다정하게 얘기해주고싶다.
그리고 우리 같이 기운내자고-!
내가 겪어오며 느낀건 무기력과 두려움이 날 잡아먹기전에
맞서야 한다는 것, 더 부지런해져야한다는 것
대신 강박엔 시달지 않을 정도로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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