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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록

나의 공황장애 극복일기-#3 :: 행복한 일을 찾을 것

by 윤썰탕 2022.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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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기록해야지 하고선 항상 안쓰게되는 공황, 우울 기록들

음- 사실 드는 생각들은 많은데 이걸 풀어놓기가 참 어려운 일이라 그런 것 같다.

누군가 보며 위안과 공감이 됐으면 하는데 

너무 내 개인적인 마음과 글귀들이라 읽기 힘들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내 경우엔 우울증이 심해서 공황으로 이어진 케이스다.

우울증 환자로써 제일 막막하고 답답한 질문은 

'왜 우울하니?', '너 좋아보이는데 왜 우울증이야?' 등등

 

그걸 알면 난 1년 가까이 약을먹고, 커피를 끊지 않아도 됐을텐데 

그리고 저런 말들이 나를 더 괴롭게한다.

왜냐면 나도 내가 왜 우울한지 전혀 모르겠고, 가장 답답한건 나 자신이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다가도 펑펑 눈물을 쏟아내는게 너무 답답할 뿐이다.

 

원장님과 얘기하다가 '뭘 할 때 행복함을 느껴요?' 라는 질문에 또 앞이 캄캄했었다.

항상 행복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있는 내가

그 질문을 받았을 때 왜 머리가 새하얘졌을까 의문이다.

 

나는 행복할 때가 많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걸 먹을 때

사랑하는 신랑과 같이 웃을 때

잠시나마 엄마의 기댈곳이 될 수 있을 때

친정식구들한테 맛있는걸 사줄 수 있을 때

친구들과 아무말이나 하며 웃을 때 

길에 예쁜 풍경이 펼쳐질 때

쇼핑할 때 (오빠 미안ㅋㅋㅋ)

 

그런데 선생님이 묻는 말엔 대답할 수 없었다

 

원장님이 진료를 끝내면서 다리를 다쳐도 재활을 열심히 하는 사람과

누워서 보내는 사람의 회복속도는 천지차이라고

우울증도 똑같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행복한 일들을 찾는 것 그게 나에겐 재활이라고 하셨다

 

내가 느끼는 행복이 저렇게나 많고 사소하니

'아 이게 행복이구나'를 조금 더 의식하며

많이 행복해하려고 노력중이다.

 

요즘 공황발작은 잘 오지 않는다

사실 넓고 탁트인 곳에가면 머리가 하얘지거나

집 엘레베이터에서 우리집이 몇층이었는지,

비밀번호가 뭐였는지 가만히 서있는 날들이 있지만

그 순간 발작이 오는게 아니라 정신을 차리고

내가 갈길을 갈 수 있으니 원장님이 나아지고 있는거라고 하셨다

 


 

아마 내가 이렇게 조금씩 나아지고있는 이유는

정말 끝없는 믿음과 사랑을 주는 가족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 같다

 

사실 우울증이 심할 때를 돌이켜보면 가족이 참 버거웠다.

가족뿐 아니라 친구도 모든 사람이 무섭고 버거웠던 것 같다.

도망치고 싶었고 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사라져 혼자이고싶었다.

 

지금 생각하니 참 바보같았다.

내가 지금 내 존재를 확신하고, 사랑받고있음을 느끼게 해주는건

내 옆에있는 가족과 친구들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런 마음을 가진게 참 미안하다.

 

우울감이 심하게 왔던날 아무것도 하지않고 내리 이틀을 울고

좀 진정된 후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난 내 인생 전부가 후회가 돼, 난 내가 싫어'

엄마가 얼마나 속상했을까... 그래도 따듯한 우리엄마는 

'니가 한 선택의 순간들이 아쉽고 속상할 때가 있겠지만

 결국에 넌 잘 해냈고 잘하고있어, 넌 엄마한테 너무 자랑스럽고 소중한 내 딸이야'

라고 하는데 지하철에서 정말 펑펑 울었던 기억이난다 :-)

 

이렇게 날 사랑해주는 엄마와, 날 지지해주는 가족들 그리고

항상 사랑한다고 천번이고 말해주며 그 사랑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신랑과

내가 무엇을해도 내편이 되어주겠다는 친구들이 있다는건 너무 소중한거였는데-

혼자인줄 알고 힘들어했던 내 자신이 참 바보같다

어쩌면 우울증을 통해 내 주위 사람들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깨닫고있는중인지도 모르겠다

 

짧게 써야지하고 또 장편 써버린 공황장애 근황ㅋㅋㅋ

약은 똑같이 먹고있고, 수면제를 늘리긴했지만 괜찮다

언제 나을까, 언제 난 안우울하지, 발작오면 어쩌지 생각하지않고

묵묵히 하루하루 행복한 일을 찾으며 살아낼거다.

 

(그리고 요즘 보약과 마그네슘을 먹는데 컨디션이 좋아져서인지 뭔지 하여간 우울감이 많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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